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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1년 만에 2배 늘었는데, 코로나 전보다 40% 적었던 이유

자산맥 읽는 시간 약 8분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은 약 165만 명이었습니다.

전년도인 2020년에는 약 82만 명이었습니다.

1년 사이 관람객이 두 배 정도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 두 숫자만 놓고 보면 미술관 관람객이 굉장한 속도로 회복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한 해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19년 관람객은 약 274만 명이었습니다.

숫자를 세 개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2019년 약 274만 명
2020년 약 82만 명
2021년 약 165만 명

2021년 관람객은 전년보다 약 두 배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109만 명 적었습니다.

비율로 계산하면 약 40% 적은 수준입니다.

‘1년 만에 2배 증가’와 ‘코로나 이전보다 약 40% 감소’.

둘 다 같은 2021년 관람객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2021년이 특별했던 게 아니라 2020년이 너무 낮았다

증가율을 계산할 때는 반드시 출발점이 필요합니다.

2021년 관람객 증가율을 계산한다면 출발점은 2020년입니다.

그런데 2020년은 평범한 해가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시설 운영에 큰 제약이 생겼습니다. 관람 인원이 제한되고 휴관과 재개관이 반복됐던 시기입니다.

그 결과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 수도 2019년 약 274만 명에서 2020년 약 82만 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약 70% 감소한 셈입니다.

그렇게 낮아진 숫자를 출발점으로 삼은 뒤 2021년 관람객을 비교한 것입니다.

82만 명에서 165만 명으로 회복하면 증가율은 100%를 넘어갑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274만 명까지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이런 현상을 통계를 설명할 때 흔히 기저효과라고 부릅니다.

비교 기준이 되는 이전 시점의 숫자가 유난히 낮거나 높았기 때문에 현재의 증가율이나 감소율이 실제 변화보다 훨씬 크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저효과라는 용어를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숫자가 특별히 큰 것인지, 비교 대상이 특별히 작았던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82만 명만 보고 시작하면 274만 명이 사라진다

2020년과 2021년만 놓고 보면 방향은 분명합니다.

82만 명에서 165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관람객이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도 맞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곧바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결론까지 내리는 것입니다.

2019년 숫자를 추가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집니다.

274만 명 → 82만 명 → 165만 명.

이제 2021년의 165만 명은 단순한 ‘두 배 증가’가 아니라 큰 폭으로 떨어진 뒤 절반 이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같은 숫자인데 2년의 흐름을 펼쳐놓는 것만으로 의미가 달라진 것입니다.

이 차이는 경제 기사에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매출, 수출, 생산량, 여행객, 영화 관객처럼 외부 충격으로 한 해의 숫자가 크게 떨어진 뒤 회복되는 지표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매출이 100억원이던 기업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어떤 사건으로 매출이 50억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음 해 75억원으로 회복됐습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50%입니다.

‘매출 50% 급증’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의 100억원과 비교하면 아직 25% 적습니다.

50%라는 증가율은 정확합니다.

다만 그 숫자만으로는 회복의 전체 과정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전년 대비 숫자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저효과를 이야기하면 전년 대비 증가율 자체가 의미 없는 숫자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년 대비 증감률은 현재 상황이 1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이 2020년 약 82만 명에서 2021년 약 165만 명으로 늘었다는 사실 역시 당시 관람객이 상당히 회복됐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율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비교 대상이 어떤 상태였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범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는 것과 코로나19, 자연재해, 파업, 공급 중단 같은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증가율이 유난히 크거나 작다면 현재 숫자만 분석하기 전에 기준이 된 지난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2021년이 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는지를 이해하려면 2020년의 82만 명이 왜 그렇게 낮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했습니다.

전년 대비 50% 증가를 보면 3년을 펼쳐본다

이런 숫자를 실제로 만났을 때 확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유난히 크게 나타났다면 현재와 지난해만 보지 않고 한 해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됩니다.

올해 150
지난해 100

두 숫자만 있으면 50% 증가입니다.

그런데 2년 전 숫자를 추가해보겠습니다.

200 → 100 → 150

이제 50% 증가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보입니다.

2년 전 200에서 100까지 떨어졌다가 150으로 회복한 것입니다.

반대로 숫자가

80 → 100 → 150

이었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지난해뿐 아니라 2년 전보다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마지막 해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50%지만 흐름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큰 증감률을 발견했을 때 제가 확인하고 싶은 숫자는 하나 더 있습니다.

2년 전에는 얼마였는가.

이 숫자 하나를 추가하면 기저효과인지, 실제로 이전 수준까지 넘어선 성장인지 상당 부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해가 있다면 더 멀리 봐야 한다

항상 3년이면 충분한 것도 아닙니다.

비교 기간 안에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면 정상적인 시기를 찾을 때까지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처럼 충격이 여러 해 지속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2020년뿐 아니라 2021년에도 정상적인 경제·사회활동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직전 연도 하나와 비교해서는 장기적인 회복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기업 실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공장 화재로 생산이 중단됐다거나 일회성 비용이 크게 발생했다면 올해 실적 증가율이 평소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관광객 통계라면 입국 제한이 있었는지, 농산물 생산량이라면 전년도에 이상기후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무조건 3년치 자료가 아니라 정상적인 비교 기준을 찾는 것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해를 평범한 기준점처럼 사용하면 증가율은 정확해도 우리가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큰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부터 확인한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 약 165만 명은 2020년 약 82만 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9년 약 274만 명까지 함께 놓고 보면 2021년 관람객은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약 40% 적었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어느 숫자가 맞는지를 고르는 일이 아닙니다.

두 숫자가 서로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얼마나 반등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코로나 이전과의 비교는 얼마나 회복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앞으로 기사에서 ‘전년 대비 50% 증가’, ‘100% 급증’, ‘두 배 회복’ 같은 숫자를 만났다면 큰 증가율부터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해 숫자를 확인하고, 지난해가 유난히 낮았다면 한 해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됩니다.

올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기 전에 지난해 왜 그렇게 낮았는지를 확인하는 것.

그것이 기저효과에 가려진 실제 흐름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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