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의 코로나 전망을 믿었다, 전공을 확인하니 역학자가 아니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수많은 전문가의 전망이 쏟아졌다.
그중 유난히 눈길을 끄는 이름이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노벨상까지 받았다.
그런 사람이 코로나19 확산과 사망자를 분석한다고 하면 일반적인 전문가의 말보다 훨씬 믿음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레빗의 코로나19 전망은 여러 나라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이력을 조금 더 내려가 보니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나타났다.
그가 받은 노벨상은 화학상이었다.
전문분야는 분자 구조와 계산생물학이었다.
그리고 레빗 자신도 코로나19와 관련한 공개석상에서 분명하게 말했다.
자신은 역학자가 아니며 의사도 아니라고.
노벨상 수상자라는 소개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감염병 유행을 예측하는 역학 전문가라는 결론까지 갈 수는 없었다.
먼저 노벨상을 왜 받았는지 찾아봤다
마이클 레빗이 실제 노벨상 수상자인지는 확인할 필요조차 없어 보일 정도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도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를 열어봤다.
레빗은 2013년 마틴 카플러스, 아리에 워셜과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수상 이유도 적혀 있었다.
복잡한 화학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한 다중척도 모델 개발이었다.
노벨위원회가 설명하는 그의 연구는 분자의 움직임과 화학반응을 컴퓨터를 이용해 계산하는 분야와 연결된다.
The Nobel Prize – Michael Levitt Facts
레빗의 학문적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반대다.
그는 계산구조생물학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인 과학자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연구했고 단백질 구조와 분자 모델링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 전문성이 코로나19의 인구 수준 확산을 예측하는 전문성과 같은 것인가.
2020년에는 그의 이름 앞에 ‘노벨상 수상자’가 붙었다
코로나19 초기 레빗은 확진자와 사망자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유행 규모에 대한 여러 전망을 공개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상황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2021년 STAT이 그의 코로나19 활동을 자세히 다룬 기사에 따르면, 레빗은 2020년 3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당시 총리와 직접 이야기했고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0명을 넘는다면 놀랄 것이라는 취지의 전망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 결과는 그 전망과 크게 달랐다.
STAT이 해당 기사를 작성하던 2021년 5월 무렵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미 6,400명을 넘어선 상태였다.
STAT – He’s a Nobel laureate. Critics say he was misleading on Covid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망이 틀렸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감염병 전망은 원래 불확실성이 크다.
전문 역학자도 틀릴 수 있다.
방역정책이 바뀌면 전망의 전제가 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예측 하나가 틀렸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전문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레빗의 원래 전문분야가 무엇이었느냐는 것이었다.
본인도 “나는 역학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0년 8월 레빗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카운티 감독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19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STAT의 당시 발언 기록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코로나19를 오랫동안 살펴봤다고 설명하면서도
“나는 역학자가 아니고 의학박사(MD)도 아니다.”
라고 밝혔다.
이 한 문장이 중요했다.
노벨상 수상 경력도 사실이다.
스탠퍼드 교수라는 소개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과학자라는 설명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감염병 역학 전문가라는 표현까지 자동으로 붙일 수는 없었다.
실제로 감염병의 확산을 연구하는 역학은 집단에서 질병이 어떻게 발생하고 분포하며 어떤 요인과 연결되는지를 연구하는 별도의 전문영역이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 자료에서도 역학 전문성은 관련 연구문헌과 연구방법, 통계분석, 인과관계를 평가할 수 있는 훈련과 경험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NCBI Bookshelf – Reference Guide on Epidemiology
‘과학자’라는 큰 이름 안에는 전혀 다른 분야가 들어 있었다
이 사례를 보면서 과학자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물리학자도 과학자다.
화학자도 과학자다.
분자생물학자도 과학자다.
역학자도 과학자다.
그렇다고 물리학 전문가가 자동으로 감염병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정형외과 의사와 감염내과 의사는 모두 의사지만 전문분야가 같다곤 할 수 없다.
경제학에서도 노동경제학, 거시경제학, 금융경제학 등 연구 분야가 나뉜다.
공학도 반도체, 토목, 기계, 전기 등으로 갈라진다.
따라서 기사에서
○○대학교 교수
박사
의사
과학자
노벨상 수상자
라는 소개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그다음 질문이 필요하다.
“무엇을 연구한 사람인가?”
그렇다고 다른 분야 전문가는 말할 자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는 반대 방향으로 너무 멀리 가도 안 된다.
레빗이 역학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에 관한 그의 모든 분석을 자동으로 틀렸다고 판단하는 것도 잘못이다.
전문분야의 경계는 완전히 닫혀 있지 않다.
통계학자는 역학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수학자는 감염병 모델을 연구할 수 있다.
컴퓨터과학자가 질병 확산 모델링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한 연구자가 경력을 쌓으면서 새로운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이 발간한 역학 참고자료에서도 특정 학위 하나만으로 역학 전문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관련 교육과 연구 경험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전공명이 다르다 = 그 사람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
라는 공식 역시 위험하다.
확인해야 할 것은 학과 이름 하나가 아니다.
지금 주장하는 문제와 관련해 어떤 연구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다.
노벨상도 분야를 확인해야 했다
노벨상이라는 경력은 특히 강력하다.
노벨상 수상자가 말했다
라는 문장을 보면 뒤에 나오는 주장까지 권위가 따라가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노벨상 역시 분야가 있다.
물리학상을 받은 이유와 경제학상을 받은 이유가 다르다.
화학상을 받은 사람이 화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남겼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모든 사회·경제·의학적 판단까지 노벨위원회가 인증했다는 뜻이 아니다.
레빗의 경우가 이를 아주 선명하게 보여준다.
노벨상 공식 자료를 확인하면 그가 무엇으로 상을 받았는지 정확하게 나온다.
복잡한 화학 시스템의 다중척도 모델 개발.
이 경력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예측으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기사 제목에서 노벨상 수상자라는 단어만 먼저 만나면 이 당연한 구분을 놓치기 쉽다.
전문가의 이름보다 논문 제목을 찾아봤다
그렇다면 실제로 전문가의 분야를 어떻게 확인하면 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소속기관의 공식 프로필이다.
대학교 교수라면 대학 홈페이지에서 연구분야를 확인할 수 있다.
의사라면 병원에서 진료과와 세부전문분야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자라면 최근 발표한 논문 제목 몇 개만 봐도 어느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했는지 상당 부분 알 수 있다.
Google Scholar나 PubMed 같은 학술 검색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학위만 확인하는 것보다 실제 연구 경력을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생물학 박사라고 소개돼 있다고 하자.
그것만으로는 범위가 너무 넓다.
최근 10년간 논문이 모두 식물 유전학에 관한 것인지,
감염병 전파에 관한 것인지,
단백질 구조에 관한 것인지에 따라 특정 주장과의 관련성은 달라진다.
언론이 붙인 소개와 본인이 주장한 전문성도 구분한다
이번 사례에서 또 하나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언론이 어떤 사람을 전문가라고 소개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스스로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주장했다는 뜻은 아니다.
레빗은 공개적으로 자신이 역학자가 아니며 의사도 아니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례를
“역학자인 척한 노벨상 수상자”
처럼 설명하면 사실관계를 넘어가게 된다.
우리가 검증해야 할 것은 사람을 공격할 근거가 아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기사나 방송이 어떤 사람을 소개할 때 사용한 직함과 그 사람이 실제로 가진 전문성을 분리해보는 것이다.
때로는 매체의 짧은 소개가 너무 넓은 권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전문가가 틀릴 수 있다는 이야기와도 다르다
전문분야가 맞는다고 그 사람의 주장이 자동으로 맞는 것도 아니다.
감염병 역학자라고 해도 모든 전망이 맞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자라고 경제 전망을 항상 정확히 맞히는 것도 아니다.
전문성은 주장을 검토할 때 참고해야 할 중요한 정보이지 사실 여부를 대신하는 도장이 아니다.
그래서 순서는 두 단계가 된다.
첫째,
이 사람은 이 문제를 다루는 데 관련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둘째,
그 사람이 제시한 주장에는 어떤 데이터와 연구가 있는가.
첫 번째를 통과했다고 두 번째를 생략하면 권위에 기대는 판단이 된다.
반대로 첫 번째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고 두 번째를 보지도 않고 버리면 유용한 분석을 놓칠 수도 있다.
여러 전문가가 나오면 숫자보다 분야부터 본다
기사에서는 종종 이런 표현이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문가라는 단어만으로는 정보가 거의 없다.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
세 명의 전문가가 모두 같은 연구소에서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한 명은 해당 분야 연구자이고 다른 사람은 인접 분야 전문가일 수도 있다.
산업 전망 기사라면 기술 전문가와 시장 전문가가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의 숫자를 세기 전에 각 사람이 어떤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문제는 8편에서 살펴본 독립된 출처의 수와도 연결된다.
사람이 여러 명이라고 반드시 독립적인 근거가 여러 개인 것은 아니다.
이름 옆 한 줄을 한 번 더 검색한다
이번 사례에서 가장 간단하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이것이었다.
기사에 전문가가 등장하면 이름 옆의 직함을 그대로 믿고 끝내지 않는다.
한 번 더 검색한다.
이름 + 소속
이름 + 연구분야
이름 + 논문
정도만 확인해도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자라면 노벨상 공식 페이지에서 어떤 업적으로 상을 받았는지 확인한다.
교수라면 대학의 공식 프로필을 본다.
연구자라면 최근 논문을 몇 편 확인한다.
그리고 지금 기사에서 하는 주장과 연결해본다.
이 과정은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의 전문성을 정확한 위치에 놓기 위한 과정이다.
노벨상이라는 네 글자를 지우고 다시 읽어봤다
처음 레빗의 코로나19 전망을 보면 가장 강하게 남는 정보는 노벨상 수상자였다.
그런데 그 표현을 잠시 지우고 경력을 다시 정리해봤다.
계산구조생물학자.
분자 모델링 연구자.
201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역학자는 아님.
의사는 아님.
그러자 같은 발언을 평가할 때 필요한 질문이 달라졌다.
노벨상 수상자가 말했으니 맞을까?
가 아니라
이 전망은 어떤 데이터와 방법으로 만들어졌을까?
가 됐다.
이것이 전문가의 전문분야를 확인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전문가의 권위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다.
권위 때문에 생략했던 근거 확인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다.
이번 글에서 확인한 판별 기준
기사에서 전문가, 교수, 박사, 의사, 노벨상 수상자라는 표현을 보면 직함만으로 현재 주장에 대한 전문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먼저 정확한 전공과 연구분야를 확인한다.
대학교나 연구기관의 공식 프로필, 학술논문, 전문학회 등의 자료를 이용해 실제 연구경력을 살펴본다.
유명한 상을 받았다면 무슨 분야의 어떤 업적으로 받은 상인지 확인한다.
전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장을 자동으로 틀렸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관련 분야에서 별도의 연구와 경험을 쌓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문분야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그 사람의 주장을 자동으로 사실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전문성 확인 다음에는 반드시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와 연구를 확인한다.
결국 전문가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름 앞에 붙은 화려한 직함이 아니었다.
“무엇의 전문가인가?”
마이클 레빗은 실제 노벨상 수상자였다.
그 사실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전망을 읽을 때 필요한 정보는 한 줄 더 있었다.
그가 노벨상을 받은 분야는 화학이었고, 본인도 역학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참고한 자료
The Nobel Prize – Michael Levitt Facts
The Nobel Prize – Michael Levitt Biographical
STAT – He’s a Nobel laureate. Critics say he was misleading on Covid
자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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