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이 0.1%에서 2.3%로 뛰었다, 1년 전 숫자를 보니 이유가 보였다
2021년 5월 4일 통계청이 4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했다.
숫자는 눈에 띄었다.
전년동월 대비 2.3% 상승.
한 달 전인 3월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1.5%였다. 1월 0.6%, 2월 1.1%와 비교해도 상승 폭이 빠르게 커진 모습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물가가 갑자기 강하게 뛰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숫자를 이해하려면 2021년 4월만 봐서는 안 됐다.
정확히 1년 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2020년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였다.
왜 1년 전 숫자가 지금 발표된 2.3%를 이해하는 데 중요할까.
여기에 전년동월비 통계를 읽을 때 자주 놓치는 기저효과가 숨어 있었다.
2.3%라는 숫자는 무엇과 비교한 것일까
통계청의 2021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먼저 열어봤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두 숫자 모두 2021년 4월의 물가를 설명하지만 비교 대상은 완전히 다르다.
전월비 0.2%는 2021년 3월과 비교한 변화다.
전년동월비 2.3%는 2020년 4월과 비교한 변화다.
따라서 2.3%라는 숫자를 읽으려면 현재 물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교 대상이 된 2020년 4월의 상황도 봐야 한다.
그래서 1년 전 자료를 다시 찾아봤다.
2020년 4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6% 하락했고 전년동월 대비로는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당시 공업제품 가격은 전년보다 하락했고, 특히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이 물가를 끌어내렸다.
여기서 2021년의 2.3%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OECD는 2.3% 뒤에서 ‘낮은 기저’를 봤다
내가 임의로 2020년 숫자를 가져와 기저효과라고 해석한 것은 아니다.
OECD가 2021년 한국 경제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이 부분을 직접 언급했다.
OECD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 4월 전년동월 대비 2.3%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하면서 그 배경으로 2020년의 낮은 기저효과와 농산물·유가 상승을 함께 지목했다.
OECD Economic Outlook, Volume 2021 Issue 1 – Korea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함께다.
2.3%가 전부 기저효과 때문이었다는 뜻이 아니다.
2021년 실제 가격 변화도 있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4월 농축수산물은 전년동월 대비 13.1%, 공업제품은 2.3%, 서비스는 1.3% 상승했다.
특히 석유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따라서
“2.3%는 기저효과 때문에 만들어진 착시였다.”
라고 말하면 틀린 설명이 된다.
실제로 오른 가격이 있었고, 동시에 비교 대상인 1년 전 가격 수준이 낮았던 효과도 있었다.
둘을 함께 봐야 한다.
기저효과는 숫자를 조작하는 현상이 아니다
기저효과라는 말을 들으면 통계가 실제 상황을 과장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저효과 자체는 통계 오류가 아니다.
비교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아주 단순한 숫자로 생각해보자.
어떤 상품 가격이 평소 100이었다고 하자.
특별한 충격 때문에 지난해 가격이 80까지 떨어졌다.
올해 가격이 96으로 회복됐다.
아직 원래 100보다 낮다.
그런데 지난해 80과 비교하면 올해 96은 20% 상승이다.
20%라는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가격이 20%나 폭등했다.”
라는 문장만 보면 독자가 상상하는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가격이 평소 수준을 훨씬 넘어 급등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지난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았고 그 낮은 숫자와 비교하면서 상승률이 크게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반대도 가능하다.
지난해 숫자가 유난히 높았다면 올해 상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았더라도 전년 대비 증가율이 낮게 나오거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기저효과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2020년 4월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20년 봄은 평범한 비교 시점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충격이 세계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던 시기였다.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경제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한국의 2020년 4월 소비자물가 자료에서도 이런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0.1%에 불과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는 0.3% 상승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는 0.1%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 역시 0.3% 상승에 그쳤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20년 5월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내려가기도 했다.
즉 2021년의 전년동월비 숫자는 코로나19 충격을 강하게 받았던 2020년과 비교되고 있었다.
OECD도 2021년 세계 물가 흐름을 분석하면서 코로나19 초기 여러 나라에서 가격이 하락해 2021년 전년동월비 상승률의 낮은 비교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OECD Economic Outlook, Volume 2021 Issue 2
이제 2.3%라는 숫자의 의미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그렇다면 2.3% 대신 0.2%를 봐야 하는 걸까
여기서 또 반대로 생각하기 쉽다.
기저효과가 있다면 전년동월비 2.3%는 무시하고 전월비 0.2%만 보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전월비와 전년동월비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숫자다.
전월비는 바로 직전 달과 비교해 최근 가격이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전년동월비는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기 때문에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어느 정도 피하면서 연간 변화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하나가 진짜이고 다른 하나가 가짜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과 비교한 숫자인지 알고 읽는 것이다.
2021년 4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월비 0.2% 상승.
전년동월비 2.3% 상승.
두 숫자는 동시에 사실이다.
하지만 둘이 전달하는 정보는 다르다.
전년동월비가 갑자기 커지면 12개월 전을 먼저 본다
이 사례를 보고 나서 전년동월비 통계를 보는 방식이 하나 추가됐다.
숫자가 갑자기 크게 움직이면 현재 상황부터 해석하기 전에 정확히 1년 전 숫자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경제지표가
1% → 1.2% → 1.3% → 5%
처럼 갑자기 뛰었다고 해보자.
먼저
이번 달에 무슨 일이 벌어졌지?
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것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전년동월비라면 질문 하나를 더 붙여야 한다.
“12개월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지?”
그때 파업이 있었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같은 충격이 있었을 수도 있다.
유가가 폭락했을 수도 있다.
폭우나 한파 때문에 생산량이 급감했을 수도 있다.
세금이나 정부 지원정책이 일시적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다.
비교 기준이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높았다면 올해 변화율에는 그 흔적이 남는다.
숫자가 커졌다고 변화의 속도까지 커진 것은 아니다
기저효과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커졌다는 사실과 현재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같은 의미로 읽는 것이다.
2021년 4월 물가를 다시 보자.
전년동월비는 2.3%였다.
전월비는 0.2%였다.
만약 전년동월비 숫자만 보면 한 달 사이 물가 상승세가 매우 급격해진 것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2.3%는 지난달과 비교한 숫자가 아니다.
12개월 전과 비교한 숫자다.
따라서
전년동월비가 크게 상승했다
와
이번 달 가격이 갑자기 그만큼 올랐다
는 같은 문장이 아니다.
뉴스에서
“상승률이 두 배로 뛰었다”
는 표현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상승률의 분모와 비교 기간부터 확인해야 한다.
기저효과라고 해서 실제 문제를 지워서도 안 된다
반대 방향의 오류도 있다.
기저효과가 확인되면 실제 상승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다.
2021년 4월 사례가 바로 좋은 예다.
OECD는 낮은 기저효과를 언급했지만 동시에 농산물과 유가 상승도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짚었다.
통계청 세부 지표에서도 실제 가격 상승이 확인된다.
따라서 이 자료를 보고
“2.3%는 기저효과였으니 물가는 실제로 오르지 않았다.”
라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
기저효과를 확인하는 목적은 숫자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숫자가 왜 그렇게 나타났는지를 분해해서 보는 것이다.
현재 실제 변화가 얼마나 있었는지,
비교 기준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일시적인 요인이 있는지,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다.
‘작년보다 몇 %’라는 문장을 보면 하나를 더 찾는다
기저효과는 소비자물가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수출 증가율,
기업 매출,
관광객 수,
취업자 수,
산업생산,
주택 거래량,
질병 발생 건수 등 전년 대비 증감률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통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큰 충격이 있었던 다음 해에는 더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던 기업이 올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면 엄청난 증가율이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거의 멈췄던 시기와 비교하면 관광객 증가율 역시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 증가율 자체는 계산상 맞다.
다만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면 비교 기준까지 함께 봐야 한다.
그래서 이제
“전년 대비 30% 증가”
라는 문장을 만나면 숫자 하나를 더 찾는다.
지난해에는 얼마였을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 같은 통계가 전혀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0.1%를 찾고 나서 2.3%가 더 정확하게 보였다
처음 2021년 4월 숫자만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2.3%였다.
그런데 2020년 4월의 0.1%를 함께 놓자 상황이 달라졌다.
2.3%가 틀린 숫자가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됐다.
낮은 비교 기준이 있었고,
실제 농산물과 석유류 등의 가격 상승도 있었다.
두 가지가 함께 작용했다.
이것이 기저효과를 확인하는 이유다.
숫자를 의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숫자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다.
이번 글에서 확인한 판별 기준
전년동월 대비, 전년 대비라는 숫자가 갑자기 크게 움직이면 현재 수치만 보고 원인을 판단하지 않는다.
먼저 정확히 1년 전 같은 기간의 숫자를 확인한다.
당시 특별한 충격으로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높지 않았는지도 살펴본다.
가능하면 전년동월비뿐 아니라 전월비와 몇 년간의 흐름도 함께 본다.
기저효과가 발견됐다고 현재의 실제 변화를 부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실제 변화가 있었다고 비교 기준의 영향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하나다.
“이 숫자는 어디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온 것일까.”
2021년 4월의 2.3%를 이해하는 데 가장 먼저 필요했던 숫자는 어쩌면 2.3%가 아니었다.
1년 전의 0.1%였다.
참고한 자료
자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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