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 50% 줄었다는데 실제로는 100명 중 1명, 숫자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위험을 50% 낮췄다.”
이 숫자만 보면 효과가 상당히 커 보입니다. 절반이나 줄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원래 위험이 얼마였는지를 확인하면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위험정보를 설명하면서 든 사례가 있습니다. 어떤 질병이 중년 남성 100명 가운데 2명에게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특정 약을 사용했을 때 그 위험이 100명 중 1명으로 줄었습니다.
2명이 1명이 됐으니 위험은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위험이 50% 감소했다”는 표현은 계산상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결과를 이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100명 중 2명 → 100명 중 1명.
실제로 줄어든 사람은 100명당 1명입니다.
두 설명은 같은 결과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받아들이는 크기는 상당히 다릅니다.
50%라는 숫자가 크게 보이는 이유
여기에는 ‘상대위험 감소’와 ‘절대위험 감소’라는 두 가지 계산법이 숨어 있습니다.
앞의 사례에서 원래 질병 발생 위험은 2%였습니다. 약을 사용한 뒤에는 1%가 됐습니다.
상대적으로 계산하면,
(2%-1%) ÷ 2% = 50%
따라서 위험이 50% 감소했습니다.
반면 실제 발생 비율의 차이만 계산하면,
2%-1% = 1%포인트
입니다.
하나는 50%, 다른 하나는 1%포인트입니다.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 같은 결과를 서로 다른 기준으로 표현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50%라는 숫자만 보고 원래 위험도 50% 정도였다고 착각하기 쉽다는 데 있습니다.
저도 이런 숫자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몇 명이었는데?’
이 질문 하나를 던지면 숫자의 크기가 훨씬 명확해집니다.
시작점이 빠지면 같은 50%도 전혀 다른 숫자가 된다
이번에는 두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A에서는 어떤 문제가 100명 중 80명에게 발생했는데 조치 이후 40명으로 줄었습니다.
80명 → 40명.
상대적으로 50% 감소했고, 실제로는 100명 중 40명이 줄었습니다.
B에서는 1,000명 중 2명에게 발생하던 문제가 1명으로 줄었다고 해보겠습니다.
2명 → 1명.
이 역시 상대적으로는 50% 감소입니다. 하지만 실제 차이는 1,000명당 1명입니다.
둘 다 제목에는 똑같이 ‘50% 감소’라고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의미하는 실제 규모는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감소율만으로 효과의 크기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감소하기 전의 숫자, 즉 기준이 되는 위험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의학 연구에서 이 문제가 자주 언급되지만 원리는 다른 분야에서도 같습니다.
불량률이 0.02%에서 0.01%가 됐을 때도 50% 감소이고, 사고가 100건에서 50건으로 줄어도 50% 감소입니다.
‘50% 감소’라는 문장만으로는 실제로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이유입니다.
퍼센트를 보면 실제 인원으로 한번 바꿔본다
이런 정보를 읽을 때 복잡한 통계 지식까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퍼센트를 실제 사람 수나 건수로 바꿔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사에서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겠습니다.
“특정 행동을 한 집단에서 질병 위험이 30% 낮았다.”
여기서 바로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기 전에 원자료에서 두 가지를 찾아보면 됩니다.
첫 번째는 비교 대상의 원래 발생률입니다.
두 번째는 비교 집단에서 실제로 몇 명에게 발생했는지입니다.
원래 100명 중 30명에게 발생하던 것이 21명으로 줄었다면 실제 차이는 9명입니다.
반면 1만 명 중 10명에게 발생하던 것이 7명으로 줄었다면 역시 상대적으로는 30% 감소지만 실제 차이는 1만 명당 3명입니다.
‘30%’만 보면 보이지 않던 차이가 실제 인원으로 바꾸는 순간 드러납니다.
특히 건강·의료 관련 기사에서 ‘위험이 몇 % 감소했다’는 표현을 만났다면 연구 결과의 표나 원문에서 대조군과 실험군의 실제 발생률을 같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NIH 역시 위험을 판단할 때 상대위험만 보는 것보다 절대위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상대위험이 쓸모없는 숫자는 아니다
여기서 한쪽 숫자만 옳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오류가 생깁니다.
상대위험은 집단 사이의 효과 차이를 비교하는 데 중요한 정보입니다. 절대위험 역시 그 변화가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인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합니다.
둘 중 하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둘을 같이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같은 상대위험 감소가 나타나더라도 원래 위험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에게 돌아가는 절대적인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험이 20%에서 10%로 줄어드는 것과 2%에서 1%로 줄어드는 것은 모두 상대적으로 50% 감소입니다.
하지만 앞의 경우 절대 차이는 10%포인트이고, 뒤의 경우는 1%포인트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50% 감소’라는 숫자를 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숫자 하나를 더 찾으면 판단이 달라진다
앞으로 ‘위험 50% 감소’, ‘발생률 40% 감소’, ‘효과 30% 증가’ 같은 표현을 만났다면 숫자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빠진 숫자를 찾으면 됩니다.
변화하기 전에는 몇 명이었고, 변화한 뒤에는 몇 명인가?
가능하면 퍼센트를 100명 중 몇 명, 1,000명 중 몇 명처럼 실제 규모로 바꿔봅니다.
50% 감소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에서 무엇으로 바뀌어서 50%가 됐는지가 판단에 필요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큰 퍼센트를 봤을 때 그 숫자를 외우기 전에 시작점을 한번 확인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같은 통계를 전혀 다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자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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