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늘었는데 비중은 줄었다? 금액과 점유율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은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관세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습니다.
2021년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53.0%였습니다. 수출 화장품의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향했다는 뜻입니다.
이 비중은 2022년 45.3%, 2023년 32.7%로 내려갔고 2024년 1분기에는 26.6%까지 낮아졌습니다.
53.0%에서 26.6%.
숫자만 보면 중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 자체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읽으면 안 됩니다.
수출액이 줄었다는 것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비중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금액도 절반이 된 것은 아니다
비중을 이해하려면 먼저 무엇을 나눈 숫자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중국 수출 비중이 53%라는 것은 전체 화장품 수출액 가운데 중국으로 향한 금액이 53%였다는 뜻입니다.
계산 구조는 단순합니다.
중국 수출액 ÷ 전체 화장품 수출액 × 100
여기에는 두 개의 숫자가 들어갑니다.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과 전체 화장품 수출액입니다.
따라서 중국 수출액이 늘더라도 다른 나라로의 수출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면 중국의 비중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숫자를 단순하게 바꿔보겠습니다.
전체 수출이 100억원이고 그중 A국 수출이 50억원이라면 A국 비중은 50%입니다.
다음 해 A국 수출이 6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A국으로 10억원을 더 수출했으니 실제 수출액은 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로의 수출이 더 크게 증가해 전체 수출액이 150억원이 됐다면 A국 비중은 40%가 됩니다.
A국 수출액은 50억원에서 60억원으로 20% 증가했습니다.
반면 비중은 50%에서 40%로 낮아졌습니다.
금액 증가와 비중 감소가 동시에 일어난 것입니다.
두 숫자 중 어느 하나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중국 비중 감소와 함께 봐야 할 숫자가 있다
관세청이 2024년 공개한 화장품 수출 자료에는 중국 비중 외에 중요한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2024년 1분기 우리나라 화장품은 175개국으로 수출됐습니다.
이 가운데 110개국에서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를 중국 비중 26.6%와 함께 놓으면 상황을 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중국 비중만 보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크게 줄었다’는 변화가 먼저 보입니다.
하지만 수출 국가와 다른 시장의 실적을 함께 보면 중국에 집중됐던 수출시장이 여러 국가로 넓어지고 있다는 변화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비중은 상대적인 숫자입니다.
한 국가의 수출액이 감소해야만 그 국가의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국가의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전체 수출이 그보다 빠르게 커지면 비중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중의 변화만 보고 실제 금액의 증감까지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매출이 늘었는데 매출 비중은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무역통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 실적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A사업과 B사업을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1,000억원이었습니다.
A사업이 600억원, B사업이 400억원이었다면 A사업의 매출 비중은 60%입니다.
올해 A사업 매출이 65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A사업 자체만 보면 50억원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B사업이 빠르게 성장해 8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전체 매출은 1,500억원이 됩니다.
이때 A사업의 비중은 약 43%로 낮아집니다.
A사업은 600억원에서 650억원으로 성장했는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서 약 43%로 떨어진 것입니다.
만약 ‘A사업 매출 비중 60%에서 43%로 급감’이라는 숫자만 봤다면 A사업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 숫자를 펼쳐보면 상황은 다릅니다.
A사업도 성장했습니다.
다만 B사업이 훨씬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비중 감소와 실제 규모 감소는 같은 뜻이 아닙니다.
반대로 비중이 올랐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반대 상황도 가능합니다.
전체 매출이 1,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중 A사업 매출은 4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A사업 역시 100억원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비중을 계산하면 지난해 40%에서 올해 60%로 높아집니다.
매출액은 감소했는데 비중은 커졌습니다.
다른 사업의 매출이 A사업보다 훨씬 많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점유율도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의 판매량이 줄었는데 경쟁사의 판매량이 더 크게 감소한다면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점유율 상승’이라는 표현만 보고 판매가 늘었다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반대로 ‘점유율 하락’만 보고 판매가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비중이나 점유율에는 항상 전체 규모라는 분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50%에서 40%가 됐다면 10% 감소일까?
비중을 읽을 때 또 하나 혼동하기 쉬운 것이 %와 %포인트입니다.
어떤 시장의 점유율이 50%에서 40%로 낮아졌다고 해보겠습니다.
두 점유율의 차이는 10%포인트입니다.
그런데 기존 50%를 기준으로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계산하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50에서 10이 줄었으므로 상대적인 감소율은 20%입니다.
따라서 같은 변화를 두고도
‘점유율이 10%포인트 하락했다’
또는
‘기존 점유율보다 20% 감소했다’
라는 표현이 나올 수 있습니다.
두 계산은 서로 다른 기준을 사용합니다.
기사에서 비중이나 지지율, 점유율처럼 이미 %로 표시된 숫자의 변화를 읽을 때는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가 구분돼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중을 보면 분자와 분모를 따로 확인한다
그렇다면 실제 기사나 보고서에서는 어떻게 확인하면 될까요?
‘비중 30%’, ‘점유율 20%’, ‘전체의 절반’ 같은 표현이 나오면 먼저 그 비율이 무엇을 무엇으로 나눈 것인지 생각해보면 됩니다.
수출 비중이라면 특정 국가 수출액과 전체 수출액입니다.
사업부 매출 비중이라면 해당 사업의 매출과 회사 전체 매출입니다.
시장점유율이라면 해당 기업의 판매량과 전체 시장의 판매량입니다.
그다음 두 숫자가 각각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러면 비중이 변한 이유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내 숫자가 실제로 감소해서 비중이 낮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내 숫자는 증가했지만 전체가 더 빠르게 성장해 비중이 낮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내 숫자가 감소했는데 전체가 더 크게 줄어 비중이 높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비중이 올랐다’ 또는 ‘비중이 떨어졌다’는 결과만으로는 이 차이를 알 수 없습니다.
‘얼마나 차지했나’와 ‘얼마나 늘었나’는 다른 질문이다
2021년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53.0%였습니다.
2024년 1분기에는 26.6%였습니다.
이 숫자는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는 중요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중국 수출액 역시 53.0%에서 26.6%로 줄었다고 읽을 수는 없습니다.
비중은 전체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금액은 실제 규모가 얼마인지를 보여줍니다.
둘은 답하는 질문부터 다릅니다.
앞으로 기사에서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같은 표현을 발견했다면 숫자 하나를 더 찾아보면 됩니다.
그래서 실제 금액이나 판매량은 얼마에서 얼마가 됐는가.
그리고 한 단계 더 확인하려면 전체 시장 규모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살펴봅니다.
결국 비중을 제대로 읽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비율만 보지 말고 분자와 분모를 각각 숫자로 펼쳐보는 것.
그러면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가’와 ‘실제로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가’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자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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