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현장 사진인 줄 알았는데, 원본을 찾아가니 4년 전에도 있었다
2023년 2월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진이 덮쳤다.
건물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이 잔해 아래에 갇혔다. 뉴스와 SNS에는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는 사진과 영상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그중에는 잔해 사이에서 사람을 찾는 듯한 개의 사진도 있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올라선 구조견.
사진만 보면 대지진 직후 구조 현장에서 촬영됐다고 생각하기 충분했다.
실제로 이 사진은 튀르키예 지진과 관련된 사진들과 함께 SNS에서 퍼졌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사진을 조금 더 찾아보니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도 똑같은 이미지가 검색됐다.
그렇다면 이 사진은 언제 찍힌 것일까.
사진은 진짜였지만 날짜가 맞지 않았다
처음 확인할 것은 사진이 합성됐는지가 아니었다.
같은 이미지가 인터넷에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를 찾아봤다.
AFP 팩트체크는 당시 튀르키예 지진과 관련해 퍼진 여러 사진을 역검색했다.
문제가 된 구조견 사진도 그중 하나였다.
Google 이미지 역검색을 통해 같은 사진을 찾아가자 스톡사진 사이트 Shutterstock에 등록된 이미지가 나타났다.
사진 설명은 대략 지진 후 잔해에서 부상자를 찾는 개라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히려 지진 구조 현장 사진이라는 설명과 잘 맞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부분은 사진 설명 아래에 있었다.
이 사진이 포함된 컬렉션은 2019년 1월 3일 이전에 이미 등록돼 있었다.
다른 스톡사진 사이트에서는 더 구체적인 날짜도 확인됐다.
Alamy에 등록된 같은 사진에는 2018년 10월 18일 촬영이라는 정보가 붙어 있었다.
2023년 2월 튀르예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약 4년 4개월 전이다.
따라서 이 사진이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직후 촬영된 사진일 수는 없었다.
AFP 「Old photos recirculated with false ‘aftermath of Turkey earthquake’ claim」
처음에는 사진 속 장면부터 보게 된다
이 사례에서 내가 흥미롭게 본 것은 사진 자체에는 특별히 이상한 부분이 없다는 점이었다.
손가락이 여섯 개이거나 건물이 비정상적으로 휘어 있는 AI 이미지도 아니다.
사진 속에는 실제 개가 있고 실제 잔해가 있다.
무너진 건물에서 사람을 찾는 구조견이라는 설명도 사진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맞는다.
그래서 사진만 자세히 확대해서 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확인해야 했던 것은 사진 안이 아니라 사진 밖에 있는 정보였다.
언제 촬영됐는가.
어디에서 처음 공개됐는가.
원래 사진에는 어떤 설명이 붙어 있었는가.
현재 게시물은 그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이번 사례에서는 첫 번째 질문만 확인해도 상당 부분 판단할 수 있었다.
2023년 사건을 보여준다는 사진이 2018년에 이미 존재했다.
사진 속 건물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2023년 대지진 직후 촬영된 사진이라는 설명은 성립하기 어려워진다.
같은 사진을 어떻게 과거에서 찾았을까
사진에 날짜가 크게 찍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결정적인 방법은 이미지 역검색이었다.
일반적인 검색은 우리가 단어를 입력한다.
튀르키예 지진 구조견
처럼 검색어를 넣으면 그 단어와 관련 있다고 판단된 페이지가 나온다.
역검색은 반대다.
확인하고 싶은 사진 자체를 검색의 출발점으로 사용한다.
Google Lens 같은 이미지 검색 도구에 사진을 넣으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이미지가 사용된 다른 웹페이지를 찾을 수 있다.
그러면 현재 보고 있는 SNS 게시물보다 오래된 결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AFP도 이미지의 출처나 맥락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Google, TinEye, Bing 등의 역검색 도구를 소개한다.
특히 최근 사건의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이미지가 몇 달 또는 몇 년 전 웹페이지에서도 발견된다면 중요한 단서가 된다.
AFP 「How to do a reverse image search」
이번 사진이 딱 그 경우였다.
2023년 게시물만 보고 있었다면 대지진 현장 사진처럼 보였다.
검색 범위를 과거로 넓히자 2019년 이전 등록 기록이 나타났고, 다시 다른 자료에서는 2018년 촬영 날짜까지 확인됐다.
사진은 그대로인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순간 의미가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어디에서 찍힌 사진일까
여기서 욕심을 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2018년 사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이제 정확한 촬영 장소와 당시 사건까지 알아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 채울 필요는 없다.
AFP가 확인한 자료를 통해 사진이 2023년 지진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과 스톡사진에 기록된 촬영 날짜는 확인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 이번에 검증하려는 주장에는 충분하다.
우리가 확인하려는 질문은
“이 사진이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직후 촬영됐는가?”
였기 때문이다.
2018년에 이미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한 판단은 가능하다.
반대로 정확한 촬영 장소나 사진 속 잔해가 어떤 사건 때문에 생겼는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남겨두면 된다.
정보를 확인하다 보면 모든 빈칸을 채우고 싶어진다.
하지만 검증에 필요한 범위와 내가 궁금한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확인한 것까지만 말하는 것 역시 정보판별의 일부다.
사진이 오래됐다고 해서 가짜 사진은 아니다
이 사례를 가짜 사진이라고만 부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사진 자체는 실제 촬영된 이미지일 수 있다.
문제는 사진에 붙은 설명이다.
2018년 사진에
2018년 구조 현장
이라는 설명이 붙으면 문제가 없다.
같은 사진에
2023년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
이라는 설명이 붙는 순간 전혀 다른 정보가 된다.
그래서 사진을 검증할 때는 두 질문을 분리해서 보는 편이 좋다.
이 사진 자체가 조작됐는가?
그리고
이 사진에 붙어 있는 설명이 맞는가?
첫 번째가 참이라고 해서 두 번째도 자동으로 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진을 전혀 다른 사건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사람에게 잘못된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경우가 더 알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AI 생성 이미지처럼 눈에 띄는 오류를 찾으려고 사진을 아무리 확대해도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오래된 사진이 다시 살아난다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당시 이런 사례는 구조견 사진 하나뿐이 아니었다.
AFP가 확인한 다른 이미지들 역시 지진 이전부터 인터넷에 존재했다.
과거 다른 재난이나 사건의 사진이 새로운 재난의 현장 사진처럼 다시 공유된 것이다.
최근의 전쟁이나 대형 재난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2026년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도 과거 다른 사건의 사진과 영상이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처럼 확산됐고, 국내 팩트체크에서도 최초 출처 확인과 이미지 역검색이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는 검증 방법으로 제시됐다.
연합뉴스 「전쟁통에 판치는 가짜 사진과 영상…어떻게 구별할까」
생각해보면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대형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는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찾는다.
사진 한 장은 긴 설명보다 훨씬 빠르게 상황을 전달한다.
특히 사진 속 장면이 우리가 예상하는 사건의 모습과 잘 맞으면 의심할 이유도 줄어든다.
대지진 → 무너진 건물 → 구조견
이라는 조합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사진일수록 “사진이 상황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출처 확인의 대신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최초 게시물을 찾지 못해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역검색을 한다고 항상 최초 촬영자까지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웹에서 삭제된 사진도 있고 검색엔진에 잡히지 않은 페이지도 있다.
같은 사진이 여러 번 복제되면서 원래 게시물이 사라진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역검색의 목표를 반드시 인터넷 최초 게시물 발견으로 잡을 필요는 없다.
이번 사례에서도 핵심은 2023년보다 앞선 동일 이미지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진이
오늘 서울에서 벌어진 사건
이라고 퍼지고 있다고 해보자.
역검색 결과 정확한 원본은 찾지 못했지만 2021년 일본 웹사이트에 같은 사진이 있었다면 어떨까.
최초 촬영자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서울에서 처음 촬영된 사진이라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면 역검색 결과를 훨씬 조심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
최초 원본을 찾았다
와
현재 주장보다 오래된 사용 기록을 찾았다
를 구분하는 것이다.
둘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제 사진을 보면 먼저 날짜를 의심해본다
예전에는 의심스러운 사진을 보면 합성 흔적부터 찾으려고 했다.
경계선이 이상한지, 빛의 방향이 맞는지, AI가 만든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없는지를 보는 식이었다.
물론 그런 확인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사진이 실제 사진이라면 합성 흔적이 나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훨씬 간단한 질문이 먼저 필요했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언제부터 있었을까?”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화면을 캡처한 뒤 역검색을 해본다.
현재 게시물보다 오래된 결과가 있는지 찾는다.
오래된 페이지를 발견했다면 게시 날짜와 원래 설명을 확인한다.
가능하다면 사진을 제공한 언론사, 사진작가, 기관 또는 스톡사진 사이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현재 게시물의 설명과 비교한다.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당시 퍼진 구조견 사진은 이 과정에서 적어도 2018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사진은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사진 옆에 붙은 날짜와 이야기였다.
그래서 앞으로 SNS에서 충격적인 현장 사진을 봤을 때 사진이 진짜처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사건의 증거라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진이 실제인지 확인하는 것과 지금 설명하는 사건의 사진인지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오늘 찍힌 사진, 방금 현장에서 올라온 사진이라는 설명을 본다면 한 번만 더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사진은 정말 오늘 처음 나타난 걸까?
때로는 사진 속에서 답을 찾는 것보다 사진이 지나온 시간을 찾아보는 편이 훨씬 빠르다.
이번 글에서 확인한 판별 기준
사진 자체가 진짜라는 것과 사진에 붙은 날짜·장소·사건 설명이 사실이라는 것은 별개다.
최근 사건의 사진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미지 역검색을 통해 현재 게시물보다 오래된 동일·유사 이미지가 존재하는지 먼저 확인한다.
더 오래된 이미지를 발견했다면 해당 페이지의 게시일뿐 아니라 원래 캡션과 출처도 함께 확인한다.
최초 촬영자를 찾지 못했더라도 현재 주장보다 앞선 동일 이미지가 확인된다면 최소한 현재 사건에서 처음 촬영됐다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역검색으로 확인하지 못한 촬영 장소나 최초 게시자까지 추측해서 채우지 않는다.
확인한 범위까지만 판단한다.
참고한 자료
AFP 「Old photos recirculated with false ‘aftermath of Turkey earthquake’ claim in February 2023」
자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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