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급등한 그래프처럼 보였다, 0부터 다시 그리자 달라졌다
2015년 체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알리는 그래프 하나를 공개했다.
그래프만 먼저 보면 변화가 상당히 극적이었다.
오랫동안 거의 바닥에 머물던 최저임금이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치솟은 것처럼 보였다.
숫자도 함께 적혀 있었다.
2007년 8,000코루나.
2013년 8,500코루나.
2015년 9,200코루나.
그리고 정부가 결정한 2016년 최저임금은 9,900코루나였다.
숫자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체코 노동사회부의 공식 최저임금 자료와 비교해도 그대로 확인된다.
그런데 그래프를 다시 보다가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세로축의 아래쪽이었다.
그래프는 0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약 7,500코루나 부근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숫자는 그대로인데 세로축 아래쪽의 대부분을 잘라낸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숫자를 0부터 다시 그리면 어떻게 보일까.
먼저 숫자 자체가 맞는지 확인했다
그래프를 문제 삼기 전에 데이터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체코 노동사회부는 최저임금 도입 이후 금액 변화를 장기 시계열로 공개하고 있다.
공식자료를 보면 2007년 1월 최저임금은 월 8,000코루나였다.
이 금액은 오랫동안 유지됐다.
2013년 8월 8,500코루나로 올라갔고, 2015년 1월에는 9,200코루나가 됐다.
2015년 8월 체코 정부는 다음 해인 2016년 1월부터 다시 700코루나를 올려 9,900코루나로 결정했다.
따라서 그래프가 보여준 상승 자체는 실제였다.
체코 정부 「정부, 최저임금을 9,900코루나로 인상」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이번 사례는 가짜 숫자로 만든 그래프가 아니었다.
오히려 숫자가 모두 맞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8,000에서 9,900이면 실제로 얼마나 오른 걸까
그래프를 잠시 내려놓고 숫자만 계산해봤다.
2007년 8,000코루나였던 최저임금이 2016년 9,900코루나가 됐다.
증가액은 1,900코루나다.
증가율을 계산하면
(9,900 – 8,000) ÷ 8,000 × 100
약 **23.75%**다.
분명 작은 변화는 아니다.
최저임금이 약 24% 오른 것이니 실제 상승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원래 그래프가 주는 시각적 인상은 이 숫자보다 훨씬 강했다.
그 이유는 막대가 실제 값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7,500코루나 위쪽 부분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프에서는 500과 2,400을 비교하게 된다
세로축이 0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자.
8,000코루나는 높이 8,000에 해당하는 막대가 된다.
9,900코루나는 높이 9,900의 막대다.
두 막대의 높이는 실제 값의 비율에 맞게 보인다.
9,900 ÷ 8,000은 약 1.24다.
즉 뒤쪽 막대가 앞쪽보다 약 24% 높다.
그런데 축을 7,500에서 시작하면 눈이 보는 막대의 길이가 달라진다.
8,000은 기준선에서 겨우
500
만큼 올라온 것처럼 보인다.
9,900은
2,400
만큼 올라온다.
그래프 안에서 눈에 보이는 길이만 비교하면
2,400 ÷ 500 = 4.8
이다.
실제 최저임금이 4.8배가 된 것은 아니다.
8,000에서 9,900으로 약 1.24배가 됐다.
그런데 잘린 기준선 위의 막대 길이만 보면 뒤쪽 막대가 앞쪽보다 거의 다섯 배 길어질 수 있다.
숫자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그림이 전달하는 크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0부터 다시 그리면 상승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반대쪽으로 지나치게 해석해서도 안 된다.
축을 0부터 다시 그렸다고 해서 최저임금 상승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8,000코루나에서 9,900코루나로 오른 사실은 그대로다.
2013년 이후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도 숫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달라지는 것은 상승의 존재가 아니라 상승을 눈으로 느끼는 크기다.
7,500에서 시작한 그래프에서는 변화가 매우 극적인 도약처럼 보인다.
0부터 시작하면 이전 막대와 이후 막대의 차이가 훨씬 작게 보인다.
같은 데이터다.
그래프의 시작점만 달라졌다.
그래서 이 사례를 보면서 그래프가 숫자를 보여주는 단순한 그릇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부터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 이미 해석이 들어간다.
왜 막대그래프에서는 0이 특히 중요할까
모든 그래프의 세로축이 반드시 0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도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체온이
36.5도 → 37.0도 → 37.5도
로 변하는 모습을 분석한다고 해보자.
세로축을 0도부터 시작하면 중요한 변화를 거의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주가나 기온처럼 작은 변화 자체를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 선그래프에서도 축 범위를 좁혀 보여주는 것이 유용할 때가 있다.
하지만 막대그래프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막대에서는 막대의 길이 자체가 값의 크기를 표현한다.
그래서 기준선을 잘라내면 막대의 길이 비율과 실제 값의 비율이 달라진다.
유럽연합의 데이터 시각화 가이드도 선그래프의 Y축이 항상 0에서 시작해야 하는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막대그래프와 선그래프를 구분해서 다룬다.
EU Data Visualisation Guide 「Scales in line charts」
즉
“Y축이 0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모두 잘못된 그래프다.”
라고 외워버리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먼저 어떤 그래프인지 봐야 한다.
막대의 길이로 크기를 비교하는 그래프인지, 변화의 방향과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그래프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숫자를 읽기 전에 그림이 먼저 들어온다
이런 그래프가 까다로운 이유는 숫자를 읽기 전에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8,000과 9,900이라는 숫자를 차분히 계산하면 약 24% 상승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래프에서 한 막대가 다른 막대보다 몇 배 길게 보이면 머릿속에는 먼저
“엄청나게 증가했다.”
라는 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나중에 숫자를 읽더라도 처음 받은 시각적 인상이 남는다.
그래프의 목적이 복잡한 숫자를 빠르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생기는 역설이기도 하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표현 방식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실제로 Y축 절단이 그래프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한 연구도 있다.
다만 연구 결과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잘린 축이 항상 사람의 판단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단정할 수 없었고, 그래프가 제시된 맥락 역시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PLOS ONE 「Misleading graphs in context: Less misleading than expected」
이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잘린 축이 있다고 해서
“이 그래프를 본 사람은 반드시 속는다.”
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훨씬 큰 차이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일부러 속이려고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또 하나 선을 그어야 한다.
그래프의 축이 잘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작자의 의도를 알 수는 없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범위를 좁혔을 수도 있다.
최근 변화에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디자인이었을 수도 있다.
정책 성과를 강조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프만 보고
“사람들을 속이려고 일부러 조작했다.”
라고 제작자의 의도까지 단정할 근거는 없다.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훨씬 제한적이다.
공식 숫자는 맞다.
세로축은 0보다 높은 곳에서 시작한다.
그 때문에 막대의 시각적 차이가 실제 값의 비율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여기까지가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계속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선이다.
확인한 사실과 추측한 의도를 섞지 않는 것.
그래프를 보면 이제 왼쪽 아래부터 본다
이 사례 이후 그래프를 볼 때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제목부터 읽고 가장 높은 막대를 찾는 대신 먼저 왼쪽 아래 축을 본다.
세로축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확인한다.
0인가.
5,000인가.
90%인가.
그리고 막대 위의 실제 숫자를 읽는다.
두 값의 차이가 커 보인다면 직접 간단하게 계산해본다.
이번 사례라면
9,900 – 8,000 = 1,900.
1,900 ÷ 8,000 ≈ 23.75%.
그래프를 보기 전에 이 숫자만 알았다면 약 24% 상승이라고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 다음 그래프를 다시 본다.
그래프가 내가 계산한 변화의 크기와 비슷한 인상을 주는지 비교해보는 것이다.
원자료까지 가면 그래프 밖의 시간도 보였다
체코 노동사회부의 장기자료를 확인하면서 또 하나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최저임금은 2007년 8,000코루나가 된 뒤 2013년 8월까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그 뒤 8,500코루나가 됐고 2015년 9,200, 2016년 9,900코루나로 상승했다.
따라서 2013년 이후 인상이 이어졌다는 설명 자체에는 근거가 있다.
이것은 축 문제와 별개다.
그래프의 표현 방식이 과장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해서 그래프가 보여주는 모든 메시지를 반대로 뒤집을 필요는 없다.
최근 최저임금이 상승했다는 것은 실제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다만
얼마나 크게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가
에는 그래프 디자인이 영향을 준다.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중요했다.
같은 그래프를 머릿속에서 다시 그려본다
모든 그래프를 직접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들 필요는 없다.
간단한 경우라면 머릿속에서도 충분하다.
막대그래프의 Y축이 7,500부터 시작하고 값이 8,000과 9,900이라면 잠깐 0을 아래에 붙여본다.
그러면 첫 번째 막대가 실제로는 상당히 긴 막대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두 번째 막대 역시 그보다 조금 더 긴 막대가 된다.
원래 그래프에서 보이던 짧은 막대와 매우 긴 막대의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그래프를 볼 때 질문 하나를 추가하려고 한다.
“이 그림을 0부터 다시 그리면 같은 느낌일까?”
답이 크게 달라진다면 그래프의 시각적 인상과 실제 숫자를 따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체코 최저임금은 실제로 올랐다.
8,000코루나가 9,900코루나가 됐다.
약 24% 상승이다.
그 사실은 축을 어떻게 그려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7,500 아래를 잘라낸 순간 눈에 보이는 막대 길이는 500과 2,400이 된다.
그리고 약 24%의 변화가 훨씬 거대한 차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프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숫자가 가장 높은 막대의 숫자가 아니라, 세로축 맨 아래에 적힌 숫자일 수도 있는 이유다.
이번 글에서 확인한 판별 기준
그래프를 보면 데이터보다 먼저 X축과 Y축의 시작점과 간격을 확인한다.
특히 막대그래프에서는 세로축이 0에서 시작하는지 확인한다.
축이 잘려 있다면 막대의 눈에 보이는 길이만 비교하지 말고 실제 숫자의 차이와 증가율을 직접 계산한다.
같은 데이터를 0부터 그렸을 때도 현재 그래프와 비슷한 인상을 주는지 생각해본다.
다만 Y축이 0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그래프를 잘못됐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선그래프처럼 작은 변화 자체가 중요한 경우에는 좁은 범위가 유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래프의 표현이 과장된 인상을 준다고 해서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사람을 속였다고 추측하지 않는다.
숫자가 맞는지와 숫자가 어떻게 보이도록 표현됐는지를 따로 확인한다.
참고한 자료
체코 정부 「정부, 최저임금을 9,900코루나로 인상」
EU Data Visualisation Guide 「Scales in line charts」
PLOS ONE 「Misleading graphs in context: Less misleading than expected」
자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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