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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연구진의 심장병 논문, 49년 뒤 후원자를 찾아보니 설탕업계였다

자산맥 읽는 시간 약 15분

1967년 의학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심장질환과 식생활의 관계를 다룬 문헌고찰이 실렸다.

저자는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연구자 세 명이었다.

논문은 당시 축적된 연구를 검토하며 식이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중요하게 다뤘고, 설탕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요인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에는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당시 독자가 논문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는 연구지원 정보도 있었다.

미국 국립보건원, Nutrition Foundation, Special Dairy Industry Board 등 여러 지원기관이 기재돼 있었다.

그런데 목록에는 한 곳이 없었다.

Sugar Research Foundation.

설탕업계가 만든 연구지원 조직이었다.

그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거의 반세기가 지난 뒤였다.

49년 뒤 옛 문서를 다시 조사했다

2016년 「JAMA Internal Medicine」에는 설탕산업과 관상동맥질환 연구의 관계를 분석한 역사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Sugar Research Foundation, 즉 SRF의 내부 문서와 당시 자료들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1965년 시작된 한 프로젝트가 확인됐다.

이름은 Project 226.

SRF가 후원한 심장질환 관련 문헌고찰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1967년 NEJM에 두 부분으로 발표된 「Dietary Fats, Carbohydrates and Atherosclerotic Vascular Disease」였다.

2016년 연구진이 분석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SRF는 이 연구의 목표를 설정하고, 검토할 논문을 제공했으며, 작성 중인 초안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1967년 논문에는 SRF의 연구비 지원과 이런 역할이 공개되지 않았다.

독자가 논문만 읽었다면 알기 어려운 정보였다.

논문의 저자는 하버드 연구진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 논문을 설탕회사가 직접 작성한 광고물처럼 취급하면 사실관계가 달라진다.

1967년 논문의 저자는 Robert B. McGandy, D. Mark Hegsted, Frederick J. Stare였다.

당시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영양학과 소속 연구자들이었다.

논문도 NEJM에 실제로 게재됐다.

따라서 문제를

설탕회사가 가짜 논문을 만들었다

라고 단순화하면 안 된다.

확인해야 할 것은 다른 지점이다.

연구를 누가 지원했는가.

후원자는 연구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가.

그 관계가 독자에게 공개됐는가.

이 세 질문이다.

연구비는 6,500달러였다

2016년 JAMA Internal Medicine 분석에 따르면 SRF는 문헌고찰을 위해 연구진에게 6,500달러를 지급했다.

당시 금액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작은 지원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원자의 역할이었다.

내부 문서를 분석한 연구진은 SRF가 문헌고찰의 목표를 설정하고 연구진에게 검토할 자료를 제공했으며 초안을 받아본 정황을 확인했다.

즉 단순히 돈을 지급한 뒤 연구자에게 모든 과정을 맡긴 구조로만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연구비 정보를 볼 때는 금액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누가 돈을 냈는지뿐 아니라 연구 설계·자료 선택·분석·원고 작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1967년 논문에는 다른 후원자는 적혀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NEJM에 실린 논문에 연구지원 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1967년 논문의 주석에는 저자 연구실의 관련 연구가 John A. Hartford Memorial Fund, 미국 국립보건원, Nutrition Foundation, Special Dairy Industry Board 등의 지원을 일부 받았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2016년 역사 연구에서 확인된 SRF의 Project 226 지원은 그곳에 나타나지 않는다.

즉 문제는 단순히

옛날 논문이라 후원자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로 끝나지 않았다.

일부 지원 정보가 공개돼 있었지만, 이번 문헌고찰과 직접 연결된 설탕업계의 지원과 역할은 독자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후원받은 연구는 믿으면 안 되는 걸까

여기서 가장 위험한 결론이 하나 있다.

기업이 돈을 댔다 = 연구결과가 거짓이다.

이렇게 판단하면 안 된다.

연구비의 출처는 연구결과의 진위를 자동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기업이 지원한 연구에서도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지원했다고 결과가 자동으로 정확해지는 것도 아니다.

JAMA에서 연구의 재정적 이해관계 공개를 다룬 논의에서도 재정적 이해관계 자체가 곧 연구의 편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후원정보는 판결문이 아니다.

추가로 확인해야 할 위험요인을 알려주는 정보에 가깝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원자의 역할이었다

같은 기업 후원 연구라도 구조는 다를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기업이 연구비만 지원하고 연구 설계와 분석에는 관여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연구에서는 연구 질문을 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데이터를 제공할 수도 있다.

통계분석에 관여할 수도 있다.

논문 초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발표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약조건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 후원이라는 두 글자만 보고 연구를 평가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논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항목이 있다.

Funding

Funding/Support

Role of the Funder

Conflict of Interest

Competing Interests

이 항목들이다.

여기에서 연구비의 출처와 후원자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이해충돌은 ‘거짓말의 증거’가 아니다

이해충돌이라는 표현도 오해하기 쉽다.

이해충돌이 있다고 해서 연구자가 실제로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해충돌은 연구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대 학술지는 연구비뿐 아니라 다양한 재정적 관계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고용관계가 있을 수 있다.

자문료를 받을 수도 있다.

강연료를 받을 수도 있다.

주식이나 스톡옵션을 보유할 수도 있다.

특허나 로열티가 걸려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정보를 독자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연구를 자동으로 폐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독자가 연구결과를 평가할 때 추가적인 맥락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구비를 확인한 뒤에는 연구방법을 다시 본다

후원관계를 발견했다고 거기서 검증을 끝내면 안 된다.

오히려 그때부터 연구 자체를 더 자세히 봐야 한다.

연구 질문은 어떻게 정했는가.

비교대상은 적절했는가.

어떤 자료를 포함하고 어떤 자료를 제외했는가.

통계분석 방법은 적절했는가.

결과 가운데 유리한 부분만 강조하지 않았는가.

연구의 한계를 제대로 설명했는가.

다른 독립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됐는가.

이 질문들이 필요하다.

후원정보는 연구를 읽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아니라 연구를 더 자세히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문헌고찰에서는 어떤 연구를 선택했는지도 중요하다

1967년 사례는 특히 문헌고찰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직접 데이터를 만드는 연구와 달리 문헌고찰은 이미 발표된 연구들을 모아 해석한다.

그러면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어떤 연구를 포함했는가.

어떤 연구는 제외했는가.

서로 다른 결과가 있을 때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었는가.

근거의 강도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가.

문헌고찰에서는 이런 선택이 최종 결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후원자가 검토할 자료를 제공하거나 연구 목표 설정에 관여했다면 독자는 그 사실을 알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연구도 하나의 역사적 분석이다

반대 방향의 주의도 필요하다.

2016년 JAMA Internal Medicine 논문은 과거 내부 문서와 역사자료를 분석해 당시 과정을 재구성한 연구다.

따라서 이 논문 하나만으로 1960년대 이후 영양학 전체가 설탕산업 때문에 잘못됐다고 확대해서는 안 된다.

2016년 연구진의 결론은 SRF가 당시 관상동맥질환 연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연구 프로그램을 후원했고, 설탕의 위험에 관한 근거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역사적 사례다.

하지만 여기서

오늘날의 모든 지방·설탕 연구는 믿을 수 없다

는 결론까지 자동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가 확인하려는 것은 특정 영양학 논쟁의 최종 승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를 읽을 때 연구비와 후원자의 역할을 왜 확인해야 하는가다.

지금 논문에서는 훨씬 쉽게 찾을 수 있다

현대 학술논문을 열어보면 대개 본문 끝부분에 여러 항목이 붙어 있다.

Funding.

Conflict of Interest Disclosures.

Competing Interests.

Acknowledgments.

Author Contributions.

처음 논문을 읽으면 결과표와 결론부터 보기 쉽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중요한 주제라면 이 부분을 먼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특정 제품이나 약물, 식품, 의료기기처럼 연구결과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후원자가 있다는 사실보다 독립적인 연구가 있는지 본다

어떤 연구가 기업 지원을 받았다고 하자.

그 사실 하나만으로 연구를 버리지 않는다.

대신 같은 질문을 조사한 다른 연구를 찾는다.

공공 연구비로 진행된 연구는 있는가.

서로 다른 연구진이 같은 결과를 얻었는가.

메타분석이나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연구설계가 달라져도 결론이 유지되는가.

이렇게 보면 하나의 연구를

믿는다 / 믿지 않는다

라는 두 선택지로만 판단하지 않게 된다.

중요한 것은 독립적인 근거가 얼마나 쌓여 있는가다.

기사에서 전문가 의견을 볼 때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다

이 방법은 학술논문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기사에 어떤 전문가의 의견이 나온다고 하자.

전문분야를 확인한다.

그다음 이해관계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기업의 자문을 맡고 있는가.

연구비를 받은 적이 있는가.

관련 제품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가.

특정 단체의 연구책임자인가.

하지만 여기에서도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주장을 틀렸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관계를 확인한 뒤 주장의 근거를 별도로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

‘누가 돈을 냈나’에서 검증을 끝내지 않는다

연구비를 확인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순서가 보인다.

먼저 논문의 Funding을 찾는다.

그다음 Conflict of Interest를 확인한다.

후원기관이 연구 대상과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본다.

Role of the Funder가 있다면 연구 설계,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 등에 관여했는지도 확인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계로 넘어간다.

연구 자체의 방법과 결과를 읽는다.

마지막으로 독립적인 다른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오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연구비 정보가 단순한 의심의 재료가 아니라 연구를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49년 뒤에야 보인 정보가 있었다

1967년 논문을 당시 독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봤다.

저자는 하버드 연구자들이다.

학술지는 NEJM이다.

참고문헌도 있다.

연구지원 정보도 일부 적혀 있다.

그것만으로는 논문 뒤에 Sugar Research Foundation의 Project 226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

49년 뒤 내부 문서가 분석되면서 연구비와 후원자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맥락이 드러났다.

그렇다고 논문의 모든 문장을 자동으로 거짓으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논문을 읽을 때 고려해야 할 정보가 하나 더 생긴 것은 분명하다.

누가 연구비를 냈는가.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

그 돈을 낸 사람은 연구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가.

이번 글에서 확인한 판별 기준

연구결과나 전문가 주장을 접하면 내용만 보지 않는다.

논문이라면 Funding, Conflict of Interest, Competing Interests, Role of the Funder를 찾아본다.

누가 연구비를 지원했는지 확인한다.

후원자가 연구 주제와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본다.

연구 설계와 자료 선택, 분석, 원고 작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한다.

하지만 기업이나 특정 단체가 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연구를 거짓이라고 판정하지 않는다.

연구방법과 결과를 별도로 평가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독립적인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반복되는지도 확인한다.

1967년 심장질환 문헌고찰의 저자 이름만 봤다면 알 수 없었던 정보가 있었다.

논문의 결론을 읽은 뒤 한 페이지를 더 내려가야 하는 이유다.

연구가 무엇을 말했는지 확인했다면,
이제 누가 그 연구를 가능하게 했는지도 확인한다.

참고한 자료

JAMA Internal Medicine – Sugar Industry and Coronary Heart Disease Research: A Historical Analysis of Internal Industry Documents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internalmedicine/article-abstract/2548255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 Dietary Fats, Carbohydrates and Atherosclerotic Vascular Disease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196707272770405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 Dietary Fats, Carbohydrates and Atherosclerotic Vascular Disease, Part 2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196708032770505

JAMA – Financial Interest and Its Disclosure in Scientific Publications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18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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