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린 소비가 줄자 이혼율도 떨어졌다, 오른쪽 숫자축을 보니 함정이 있었다
그래프에 두 개의 선이 있었다.
한 선은 미국인의 1인당 마가린 소비량.
다른 선은 미국 메인주의 이혼율이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두 선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내려갔다.
마가린 소비가 줄어들면 이혼율도 내려가고, 중간에 변화가 잠시 달라지면 다른 선도 비슷하게 움직였다.
상관계수까지 계산돼 있었다.
0.993.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였다는 의미다.
0.993이면 거의 완벽해 보인다.
그래프만 놓고 보면 이상한 생각까지 들 수 있다.
마가린 소비와 이혼 사이에 정말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물론 상식적으로는 이상하다.
그런데 이 그래프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더 중요한 문제가 나타난다.
그래프 왼쪽과 오른쪽에 서로 다른 숫자가 적혀 있었다.
Y축이 두 개였다.
실제 데이터는 정말 비슷하게 움직였다
이 그래프는 Tyler Vigen이 만든 Spurious Correlations의 유명한 사례다.
그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0년 미국의 1인당 마가린 소비량은 8.2파운드였다.
이후 대체로 감소해 2009년에는 3.7파운드가 됐다.
같은 기간 메인주의 이혼율도 감소했다.
두 시계열을 비교했을 때 계산된 피어슨 상관계수는 약 0.993이었다.
Tyler Vigen – Per capita consumption of margarine correlates with the divorce rate in Maine
즉 그래프 제작자가 존재하지 않는 숫자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두 데이터는 해당 기간 동안 매우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사례가 더 흥미롭다.
그래프가 보여주는 숫자가 사실이라고 해서 우리가 그 그래프에서 받은 인상까지 자동으로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왼쪽 숫자와 오른쪽 숫자가 달랐다
그래프를 다시 보면 왼쪽 Y축은 마가린 소비량을 나타낸다.
단위는 1인당 파운드다.
오른쪽 Y축은 메인주의 이혼율이다.
단위도 다르다.
즉 두 선의 높이는 같은 숫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 선의 위치는 왼쪽 축으로 읽고 다른 선은 오른쪽 축으로 읽어야 한다.
이런 그래프를 흔히 **이중축 그래프(dual-axis chart)**라고 한다.
서로 단위나 크기가 다른 두 데이터를 같은 시간축 위에서 비교할 때 사용한다.
이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두 Y축의 범위를 각각 따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통계청 ONS의 데이터 시각화 팀도 이중축 그래프가 혼란스럽거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UK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 Dueling with axis: the problems with dual axis charts
왜 그런지 직접 생각해봤다.
오른쪽 축을 늘리거나 줄이면 선의 모양도 달라 보인다
두 데이터가 있다고 하자.
A는 100에서 120으로 증가했다.
B는 1,000에서 1,050으로 증가했다.
숫자 그대로 보면 증가폭도 비율도 다르다.
그런데 A와 B에 각각 독립적인 Y축을 사용하면 화면에서 보이는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A의 축을 95~125로 잡고,
B의 축을 990~1,060으로 잡으면
두 선 모두 화면 전체를 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축의 범위를 넓히면 두 변화 모두 거의 평평해 보일 수도 있다.
원래 숫자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화면에서 숫자를 배치하는 자의 눈금뿐이다.
그래서 이중축 그래프에서 두 선이 서로 붙어 움직인다고 해서 선 사이의 거리를 그대로 비교하면 안 된다.
제작자도 일부러 축을 잘랐다고 설명한다
Vigen의 사례가 좋은 이유는 제작자가 이 문제를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사이트에서 이런 상관관계를 의도적으로 찾아 보여주며 통계적 관계를 잘못 해석하는 위험을 설명한다.
또 그래프를 시각적으로 더 강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Y축을 0에서 시작하지 않고 잘랐으며, 선그래프를 사용해 두 데이터의 연결이 실제보다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직접 설명한다.
그리고 두 축을 0부터 시작한 그래프도 함께 보여준다.
같은 데이터인데 처음 그래프에서 느껴졌던 밀착감이 달라진다.
숫자는 그대로다.
상관계수도 그대로다.
하지만 눈으로 느끼는 관계의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축만 바꿨다고 0.993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선을 하나 그어야 한다.
축을 다르게 그렸다고 실제 계산된 상관계수 0.993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피어슨 상관계수는 그래프의 Y축을 어디에서 시작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 아니다.
2000~2009년 두 데이터가 통계적으로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은 그대로다.
따라서
이중축 그래프였으므로 상관관계도 가짜다
라고 말하면 정확하지 않다.
이번 사례에는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들어 있다.
첫째는 두 변수의 높은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는 이중축의 범위 선택이 그 관계를 눈으로 더 강하게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
둘을 구분해야 한다.
상관관계가 높아도 이유가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마가린 소비가 감소하면서 메인주의 이혼율도 감소했다.
그렇다고 마가린을 덜 먹었기 때문에 이혼이 줄었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두 변수가 우연히 같은 기간 비슷하게 움직였을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변하는 전혀 다른 사회적 요인이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두 변수 사이를 연결할 설득력 있는 인과 메커니즘이 없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의 역학 교육자료에서도 이런 허위상관 사례를 통해 두 데이터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도 그것만으로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일으킨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한다.
University of Illinois – Causal Thinking in Epidemiology
그래프의 두 선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질문의 시작이지 결론이 아니었다.
이중축에서는 선이 만나는 지점도 특별한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중축 그래프를 볼 때 특히 조심할 장면이 있다.
두 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선 두 개가 같은 높이에서 만나면 두 숫자가 같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왼쪽과 오른쪽 축의 단위가 다르면 그렇지 않다.
왼쪽 선의 높이 5가 오른쪽 선에서는 100을 의미할 수도 있다.
화면상 같은 높이에 있을 뿐 숫자가 같은 것이 아니다.
ONS는 이중축 그래프의 문제를 설명하면서 서로 다른 축 때문에 시각적인 관계가 실제 데이터의 관계보다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두 선의 교차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 반드시 양쪽 축의 숫자를 각각 읽어야 한다.
잘린 Y축보다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래프에서 Y축이 0이 아닌 지점에서 시작하면 작은 변화도 화면에서는 크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그래프를 읽을 때 축의 시작점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이중축 그래프에서는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Y축이 두 개이기 때문이다.
왼쪽 축의 범위를 따로 정할 수 있다.
오른쪽 축의 범위도 별도로 정할 수 있다.
두 데이터가 각각 어느 정도 높낮이로 보일지 독립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중축에서는 단순히
0에서 시작했나?
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왼쪽과 오른쪽 축이 각각 어떤 범위를 사용하는지 동시에 확인해야 한다.
이 부분을 놓치면 실제 숫자의 변화보다 화면에 그려진 두 선의 모양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될 수 있다.
그래프를 볼 때 오른쪽부터 확인하게 됐다
보통 그래프를 보면 제목을 읽고 선을 본다.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확인한다.
두 선이 함께 움직이면 관계가 있다고 느낀다.
이번 사례에서는 순서를 조금 바꿀 필요가 있었다.
먼저 왼쪽 Y축을 본다.
그다음 오른쪽에도 Y축이 있는지 확인한다.
단위가 같은가.
범위가 같은가.
0에서 시작하는가.
각 축의 최소값과 최대값은 얼마인가.
두 선의 높이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구조인가.
이 다섯 가지를 확인하면 처음 받았던 시각적 인상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이중축 그래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오른쪽에 Y축이 하나 더 있으면 그래프를 버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 단위가 다른 두 데이터를 한 화면에서 비교해야 할 때 이중축이 편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온도를 섭씨와 화씨로 동시에 표시한다면 두 축 사이에 고정된 변환관계가 있다.
서로 다른 단위의 경제지표를 같은 기간에 참고용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래프가 무엇을 비교하도록 만들고 있는지다.
두 선의 움직임을 보고 관계를 판단해야 한다면 이중축의 독립적인 스케일이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각각 별도의 그래프로 보거나 시작점을 100으로 맞춘 지수 형태 등으로 변화율을 비교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
축을 가리고 보면 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
마가린과 이혼율 그래프에서 변수 이름을 가렸다고 생각해보자.
선 두 개만 남는다.
둘은 매우 비슷하게 내려간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관계를 찾는다.
그다음 변수 이름을 공개한다.
미국 1인당 마가린 소비량
메인주 이혼율
갑자기 의심이 생긴다.
그래프는 똑같은데 해석이 달라진다.
이것은 중요한 단서다.
선의 모양만으로 관계의 이유를 알 수는 없다.
통계적 관계가 발견되면 왜 그런 관계가 생겼는지 별도의 증거가 필요하다.
높은 상관계수도 질문을 끝내주지 않았다
0.993이라는 숫자는 강하다.
거의 1이다.
하지만 높은 상관계수 역시 인과관계를 인증하는 점수가 아니다.
특히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데이터에서는 서로 관계없는 변수도 비슷한 추세를 가질 수 있다.
인구가 늘고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술 사용량이 증가하는 동안 수많은 지표가 함께 상승한다.
반대로 어떤 소비나 사회현상이 장기간 함께 감소할 수도 있다.
그중 많은 조합을 찾아보면 우연히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두 변수를 발견할 가능성도 커진다.
Vigen의 프로젝트 자체가 이런 문제를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두 선이 너무 잘 맞으면 오히려 축부터 본다
이번 사례에서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래프에 선이 두 개 있고 놀라울 정도로 함께 움직인다면 바로 관계를 해석하지 않는다.
먼저 Y축이 하나인지 두 개인지 확인한다.
두 개라면 각각의 최소값과 최대값을 본다.
단위도 확인한다.
두 선의 화면상 높이를 직접 비교할 수 있는지도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각 데이터를 별도의 그래프로 본다.
그다음 실제 숫자로 변화율을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한다.
마가린을 끊는다고 이혼율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그래프만 보면 두 선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실제로 계산된 상관계수도 약 0.993이다.
그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다음 문장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가린 소비가 이혼율에 영향을 준다.
이 결론에는 별도의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래프를 읽을 때도 두 선이 화면에서 얼마나 비슷하게 보이는지보다 각 선이 어느 숫자축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래프의 선은 데이터다.
하지만 선이 놓이는 위치는 그래프를 만든 사람이 선택한 축의 영향을 받는다.
그 차이를 알고 나면 두 선이 너무 정확하게 겹쳐 있을 때 오히려 한 번 더 오른쪽을 보게 된다.
거기에 두 번째 숫자축이 있는지.
이번 글에서 확인한 판별 기준
두 개의 선이 함께 움직이는 그래프를 보면 먼저 Y축의 개수를 확인한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숫자축이 있다면 두 축의 단위와 범위를 따로 읽는다.
선이 같은 높이에 있다고 숫자가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축의 범위를 독립적으로 조정하면 시각적인 밀착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
가능하다면 두 데이터를 별도의 그래프로도 확인한다.
그리고 실제 상관계수가 높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하지 않는다.
마가린 소비량과 메인주 이혼율은 2000년부터 2009년 사이 실제로 매우 비슷하게 움직였다.
상관계수도 약 0.993이었다.
그런데 그 숫자를 확인하고도 마가린이 이혼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프를 볼 때 필요한 질문은
“두 선이 얼마나 비슷한가?”
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한다.
“이 두 선은 같은 자를 사용해 그린 것인가?”
참고한 자료
Tyler Vigen – Per capita consumption of margarine correlates with the divorce rate in Maine
UK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 Dueling with axis: the problems with dual axis charts
자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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