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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취업자가 2,858만 명과 2,875만 명이었다, 무엇을 세었는지 찾아봤다

자산맥 읽는 시간 약 12분

2025년 4월 통계청이 3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자료를 내려가다 이상한 숫자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2025년 3월 취업자.

2,858만9천 명.

그런데 같은 자료의 참고표에는 또 다른 숫자가 있었다.

2,875만4천 명.

차이는 16만5천 명이었다.

조사기관도 통계청이다.

조사 시점도 2025년 3월로 같다.

서로 다른 기관이 각자 조사한 결과도 아니다.

그런데 왜 같은 달 대한민국 취업자 수가 두 개일까.

처음에는 통계가 수정된 것인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숫자 모두 맞았다.

달랐던 것은 계산이 아니었다.

누구를 ‘취업자’로 셌느냐였다.

공식 통계에서는 2,858만9천 명이었다

통계청의 「2025년 3월 고용동향」을 먼저 확인했다.

2025년 3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858만9천 명으로 전년동월보다 19만3천 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62.5%.

실업자는 91만8천 명, 실업률은 3.1%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데 자료 뒤쪽의 참고표에는 1시간 무급가족종사자 기준의 고용 현황이라는 별도 통계가 실려 있었다.

여기에서는 취업자가 2,875만4천 명이었다.

고용률은 62.9%.

공식 통계와 비교하면 취업자는 16만5천 명 많고, 고용률은 0.4%포인트 높았다.

같은 조사자료에서 나온 숫자다.

통계청 「2025년 3월 고용동향」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표 아래 설명을 읽어봤다.

핵심은 무급가족종사자였다.

‘취업자’라는 단어부터 내가 생각한 뜻과 달랐다

일상에서 취업자라고 하면 보통 직장을 가지고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고용통계의 정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국제노동기구가 정리한 한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고용 개념을 보면 조사대상 기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 취업자에 포함된다.

직장이 있지만 휴가나 질병 등으로 일시적으로 일하지 않은 사람도 일정 조건에서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학생이나 연금수급자라도 조사기간에 일을 했다면 취업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나 농장 등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다.

한국 공식 통계에서는 이들을 취업자로 분류할 때 별도의 시간 기준을 적용한다.

ILO – Korea Labour Force Survey concepts and definitions

바로 여기에서 두 숫자가 갈라졌다.

18시간으로 세면 2,858만9천 명, 1시간으로 세면 2,875만4천 명

통계청이 2025년 3월 자료에서 사용한 공식 기준은 주 18시간 이상 일한 무급가족종사자를 취업자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이 기준으로 계산한 취업자는 2,858만9천 명이었다.

그런데 참고자료에서는 무급가족종사자에게도 1시간 기준을 적용한 숫자를 함께 공개했다.

그러자 취업자는 2,875만4천 명이 됐다.

차이는 16만5천 명.

왜 늘었는지는 명확하다.

가족의 사업이나 농장 등에서 보수 없이 일했지만 조사대상 주간에 18시간까지는 일하지 않은 사람들이 새 기준에서는 취업자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 표를 보면 1시간 기준에서는 경제활동인구도 공식 기준보다 16만2천 명 많고 비경제활동인구는 그만큼 줄어든다.

고용률 역시

62.5% → 62.9%

로 올라간다.

숫자를 계산하는 공식이 갑자기 달라진 것이 아니다.

통계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범위가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숫자가 진짜 취업자 수일까

여기서 바로 질문이 생긴다.

2,858만9천 명과 2,875만4천 명 가운데 어느 숫자를 써야 할까.

통계청 자료에서는 구분이 분명하다.

18시간 기준이 현재 공식 통계이고, 1시간 기준은 참고지표다.

따라서 한국의 2025년 3월 공식 취업자 수를 말한다면 2,858만9천 명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2,875만4천 명이 잘못 계산된 숫자라는 뜻은 아니다.

통계청은 국제기준의 무급가족종사자 범위 확대와 관련해 2015년 1월 자료부터 현행 공식 18시간 기준과 함께 1시간 기준 자료를 참고지표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사람들을 조사했지만 분류 규칙을 달리 적용해 본 숫자인 셈이다.

이 차이를 모르고 숫자만 떼어놓으면 한쪽이 오류처럼 보인다.

정의를 확인하면 두 숫자가 왜 동시에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한 달만 우연히 나타난 차이도 아니었다

혹시 2025년 3월에만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다른 달도 확인해봤다.

2025년 1월 공식 18시간 기준 취업자는 2,787만8천 명이었다.

같은 달 1시간 기준에서는 2,805만7천 명이었다.

차이는 17만9천 명이었다.

고용률은 각각 61.0%와 61.4%였다.

2025년 5월에도 마찬가지였다.

공식 기준 취업자는 2,916만 명.

1시간 기준에서는 2,929만8천 명.

이번에는 13만8천 명 차이가 났다.

즉 3월의 16만5천 명은 자료 오류 때문에 우연히 생긴 차이가 아니었다.

같은 기준 차이가 여러 달에 걸쳐 반복되고 있었다.

통계청 「2025년 1월 고용동향」

통계청 「2025년 5월 고용동향」

통계에서 단어 하나는 일상어와 다를 수 있다

이번 자료에서 가장 먼저 다시 보게 된 것은 취업자라는 단어였다.

너무 익숙한 단어라 정의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통계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일상적인 의미보다 훨씬 구체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다.

취업자.

실업자.

가구.

소득.

청년.

주택.

사업체.

빈집.

부채.

이런 단어들은 누구나 뜻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계표에서는 각각의 단어에 포함되는 대상과 제외되는 대상이 정해져 있다.

그 경계가 달라지면 숫자도 달라진다.

그래서 통계를 볼 때 숫자가 이상하면 계산식부터 의심하기 전에 정의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실업자도 ‘일이 없는 사람’과 같은 말이 아니었다

취업자의 정의를 찾다가 실업자도 다시 보게 됐다.

일상에서는 직업이 없는 사람을 실업자라고 부르기 쉽다.

하지만 공식 고용통계에서는 단순히 현재 일을 하지 않는다고 모두 실업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노동력 통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일정한 기준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 일을 할 수 있으며, 구직활동을 했는지 같은 조건을 함께 본다.

따라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차이를 모르면

“직업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실업률은 이것밖에 안 되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숫자가 현실을 숨기고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한 실업자와 통계가 측정하는 실업자의 범위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공식 실업률 하나만으로 노동시장의 모든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그래서 통계청도 더 넓은 숫자를 따로 보여준다

실제로 통계청 고용동향에는 공식 실업률 외에 고용보조지표가 함께 제공된다.

2025년 3월 공식 실업률은 3.1%였다.

그런데 가장 포괄적인 고용보조지표3, 흔히 확장실업률이라고 부르는 지표는 **9.0%**였다.

같은 달인데 상당히 다르다.

이 역시 어느 한쪽이 틀려서 생긴 차이가 아니다.

고용보조지표3은 공식 실업자뿐 아니라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해 노동력의 미활용 정도를 더 넓게 보는 지표다.

그래서 질문이 다르다.

공식 실업률이 측정하려는 범위와 확장실업률이 보여주려는 범위가 같지 않다.

3.1%와 9.0%만 나란히 놓고

“어느 것이 진짜 실업률인가?”

라고 묻기보다,

“각 숫자는 누구를 포함하고 있는가?”

라고 묻는 편이 정확하다.

같은 현상을 말하는 숫자가 다르면 정의표부터 찾는다

통계를 보다 보면 비슷한 상황을 자주 만난다.

기관 A에서는 어떤 숫자가 100만이라고 한다.

기관 B에서는 120만이라고 한다.

그러면 보통 어느 기관의 숫자가 틀렸는지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사대상 연령이 다를 수 있다.

가구를 세었는지 사람을 세었는지 다를 수 있다.

외국인을 포함했는지 다를 수 있다.

기준 날짜가 다를 수도 있다.

임시직이나 일시휴직자를 포함하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

가격통계라면 품목과 가중치가 다를 수 있다.

주택통계라면 아파트만 세었는지 모든 주택을 포함했는지가 다를 수 있다.

숫자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하나가 틀렸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숫자의 이름보다 분모와 포함 조건을 본다

이번에는 같은 통계청 자료 안에서 숫자가 달랐기 때문에 정의 차이를 찾기 쉬웠다.

하지만 서로 다른 기관의 통계를 비교하면 더 어려워진다.

지표 이름이 비슷하면 같은 통계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숫자의 제목보다 아래쪽 설명을 본다.

대상

정의

포함

제외

기준기간

단위

이런 항목을 확인한다.

특히 퍼센트라면 분모를 확인한다.

누구 가운데 몇 퍼센트인지 알아야 한다.

12편에서 확인한 핵심은 결국 아주 단순했다.

통계의 숫자는 정의가 만든 결과다.

정의를 바꾸면 숫자도 움직일 수 있다.

16만5천 명은 어디에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처음 두 숫자를 봤을 때는 취업자 16만5천 명이 갑자기 생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새로운 사람이 생긴 것이 아니다.

같은 조사 안에 있던 사람들의 분류가 달라졌다.

주 18시간 미만으로 일한 일부 무급가족종사자를 공식 기준에서는 취업자에 넣지 않았고, 1시간 기준 참고통계에서는 포함했다.

그 결과

2,858만9천 명이

2,875만4천 명이 됐다.

숫자가 달라진 원인은 현실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현실을 어디에서 잘라 분류할 것인지 정한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통계 숫자가 서로 다를 때 바로 오류부터 찾지 않게 된다.

먼저 묻게 된다.

“둘은 정말 같은 사람을 세고 있는가?”

이번 글에서 확인한 판별 기준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통계 숫자가 다르면 어느 하나가 틀렸다고 판단하기 전에 통계의 정의를 먼저 확인한다.

조사대상과 연령 범위, 기준기간, 포함·제외 조건을 비교한다.

비율이라면 분모가 같은지도 확인한다.

취업자, 실업자, 가구, 청년처럼 익숙한 단어도 일상적인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 해당 통계가 사용하는 공식 정의를 찾아본다.

공식지표와 보조지표가 함께 있다면 어느 숫자가 공식 기준이고 다른 숫자는 무엇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도 구분한다.

그리고 정의가 다른 두 숫자를 놓고 어느 하나가 거짓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2025년 3월의 두 취업자 수가 보여준 것도 이것이었다.

2,858만9천 명과 2,875만4천 명.

둘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계산기를 먼저 열 필요는 없었다.

먼저 확인해야 했던 것은 단 하나였다.

“취업자를 누구라고 정의했을까?”

참고한 자료

통계청 「2025년 3월 고용동향」

통계청 「2025년 1월 고용동향」

통계청 「2025년 5월 고용동향」

ILO – Republic of Korea: Labour Force Survey concepts and defin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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