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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 8,778억원 ‘역대 최대’라는데, 역대는 도대체 언제부터일까?

자산맥 읽는 시간 약 8분

2025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규모는 13조 8,778억원.

보도자료 제목 바로 아래에는 눈에 띄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산업부 예산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

13조원이 넘는 금액에 ‘역대 최대’라는 표현까지 붙으니 산업부 역사상 가장 큰 예산이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실제로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그런데 자료를 조금 더 자세히 읽어보니 제목에는 보이지 않았던 기준 하나가 있었습니다.

‘산업부(’13~) 예산 역대 최대 규모.’

여기서 말하는 ‘역대’에는 시작점이 있었습니다.

2013년입니다.

‘역대’에도 시작 날짜가 있다

우리는 보통 ‘역대 최대’라는 말을 보면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기록과 비교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통계에서 역대는 무한히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표현이 아닙니다.

자료가 존재하는 기간이나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간 안에서 순위를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부 자료가 아예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는 2013년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출범했습니다. 따라서 산업부는 이번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2013년 이후를 기준으로 ‘역대 최대’라고 명시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작은 기준입니다.

제목에서 ‘역대 최대’만 읽으면 시작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원자료에 들어가야 비로소 **‘2013년 이후 최대’**라는 정확한 범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기상자료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에서 ‘역대 1위’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자료 아래에 기준기간을 함께 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5년 광주·전남의 9월 기후특성을 발표한 자료에서는 9월 강수일수 등이 역대 1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하면서, 역대 순위가 1973년부터 2025년까지 53년 가운데 순위라고 별도로 밝혔습니다.

왜 1973년일까요?

기상청은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시점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역대 1위’라는 표현 뒤에도 실제로는 측정을 시작한 시점과 비교 가능한 자료의 범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같은 예산인데 증가율이 21.4%이면서 7.9%였다

산업부 자료를 조금 더 읽어보면 또 하나 흥미로운 숫자가 나옵니다.

2026년 예산안 13조 8,778억원은 2025년 본예산 11조 4,336억원과 비교하면 2조 4,443억원 증가했습니다.

증가율은 **21.4%**입니다.

그런데 바로 아래에는 다른 숫자가 붙어 있습니다.

2025년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한 예산은 12조 8,605억원이고, 이것과 비교하면 2026년 예산안 증가율은 **7.9%**입니다.

같은 2026년 예산을 놓고 21.4% 증가와 7.9% 증가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둘 중 하나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비교 대상이 다릅니다.

21.4%는 2025년 본예산과 비교한 것이고, 7.9%는 2025년 추경을 포함한 예산과 비교한 결과입니다.

이 차이는 ‘역대 최대’라는 표현을 읽을 때 왜 비교 기준까지 확인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숫자 자체만 보면 21.4% 증가가 훨씬 큰 변화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예산 규모가 중간에 추경으로 커졌다는 사실까지 포함하면 차이는 7.9%가 됩니다.

결국 “얼마나 늘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무엇과 비교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역대 최대가 곧 갑자기 폭증했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숫자가 역대 최대라는 사실과 그 숫자가 전년보다 갑자기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표가 매년 조금씩 증가했다고 해보겠습니다.

100 → 102 → 104 → 106 → 108.

마지막 108은 역대 최대입니다.

하지만 전년 대비 증가 폭은 2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100 → 80 → 70 → 60 → 90

이라면 마지막 90은 전년보다 50% 증가했지만 역대 최대는 아닙니다.

즉 ‘역대 최대’는 과거 기록 가운데 현재 위치를 알려주고, 증가율은 직전 비교 시점에서 얼마나 변했는지를 알려줍니다.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숫자입니다.

그래서 역대 최대라는 표현 하나만으로 “올해 갑자기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전 몇 년의 숫자가 어떤 흐름을 보였는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금액의 ‘역대 최대’에서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해야 한다

예산, 매출, 임금, 집값처럼 돈으로 표시되는 자료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가와 경제 규모 자체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년 전의 10조원과 현재의 10조원이 가진 구매력은 같지 않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 예산이나 기업 매출 같은 명목금액도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명목금액이 역대 최대라는 사실과 실제 구매력이나 경제적 부담까지 역대 최대라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자료가 명목금액을 말하고 있는지, 물가 변화를 반영한 실질값을 말하고 있는지도 경우에 따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역대 최대’ 기사에서 물가 계산까지 직접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먼저 자신이 알고 싶은 질문을 정하면 됩니다.

단순히 과거보다 명목금액이 커졌는지를 알고 싶다면 역대 최대라는 기록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반면 실제 경제적 규모가 과거보다 얼마나 커졌는지를 판단하려 한다면 물가나 전체 경제 규모 같은 추가 기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역대 최대’를 보면 괄호와 각주부터 찾는다

그렇다면 기사에서 ‘역대 최대’, ‘사상 최고’, ‘역대 최저’라는 표현을 발견했을 때 무엇을 확인하면 될까요.

첫 번째는 언제부터 비교한 기록인지입니다.

2013년 이후인지, 1973년 이후인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인지에 따라 ‘역대’가 포함하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두 번째는 같은 기준끼리 비교했는지입니다.

산업부 예산 사례처럼 본예산과 본예산을 비교한 것인지, 추경까지 포함한 실제 예산과 비교한 것인지에 따라 증가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역대 최대와 증가율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역대 최대라는 기록이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전년보다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세 가지는 대부분 기사 제목에 모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대신 원자료의 괄호, 각주, 표 아래 설명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산업부 자료에서도 ‘역대 최대’ 바로 옆의 작은 괄호 안에 **‘’13~’**라는 기준이 들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숫자보다 먼저 비교 범위를 확인한다

‘역대 최대’라는 표현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기존 기록을 넘어섰다면 중요한 정보입니다.

다만 이 표현에는 항상 비교 범위가 필요합니다.

산업부의 13조 8,778억원은 2013년 이후 산업부 예산안 가운데 최대 규모였습니다.

2025년 본예산과 비교하면 21.4% 증가했고, 추경을 포함한 예산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7.9%였습니다.

이 숫자들을 함께 보고 나면 처음의 ‘역대 최대’라는 문장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역대 최대라는 표현을 발견했다면 가장 큰 숫자부터 볼 필요가 없습니다.

먼저 작은 글씨를 찾아보면 됩니다.

‘역대는 언제부터인가?’

그 시작점을 확인해야 ‘최대’가 어느 범위에서 만들어진 기록인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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